예전에 카피라이팅에 잠깐 관심이 있었을때, "유병욱 카피라이터"가 진행하시는 강의를 알게 되었다.
실제로 수강하진 않았지만 지금 이렇게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거보니 당시에 꽤나 깊은 고민을 했었나보다.
광고회사 TBWA KOREA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20년 경력을 쌓아온 카피라이터인데 최근에 <인생의 해상도>를 출간했다.
이와 관련해 [롱블랙]에서 인터뷰한 내용이 인상 깊어 몇 가지 발췌와 함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책도 어서 읽어야지!)
Intro. 어떻게 좋은 문장을 쓰나요? 본인만의 법칙이 있으신가요?
<00하는 방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법칙으로 창의성을 키우는데는 한계가 있다.
창의성이 1에서10까지 있다면, 법칙을 외워서는 6까지는 갈수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놀라워하는건 7부터이다.
거기로 올라가는건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과 태도가 결정한다.
1. 카피라이터
유병욱 카피라이터님은 처음부터 광고인을 꿈꾸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글과 친하게 지냈을 뿐이다.
뭘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본인이 기쁨을 느끼는 순간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첫째는 글을 쓸때, 둘째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사람들이 좋아할때.
이 두개를 활용할 직업이 카피라이터였다.
2. 생각은 집시(gypsy)처럼, 일은 군대처럼.
유병욱 카피라이터님이 있던 팀의 모토였다.
생각할땐 여기저기 떠도는 집시처럼 자유로워야한다. 허무맹랑한 소리를 해도 그게 뭐냐며 비웃지 않아야한다.
그러다가 정해지고 일할 타이밍이 오면 군대처럼 집중해야한다. 이 팀이 결과를 만드는 방식이였다. 결국 안전한 조직이 되었다.
상상만으로 카피를 쓰면 그때는 멋잇어보인다. 그런데 막상 발표하면 사람들이 감탄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딱 내 생각만큼의 글이니까.
하지만 일상에서 꺼낸 카피는 반응이 좋을때도 많다. 문장에 힘을 주지 않아도 내가 의도한 포인트를 사람들이 빨리 알아채니까.
다들 겪는 경험이고,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좋은 아이디어는 '일상'에 있다.
그걸 예리한 시선으로 발견하느라, 못하느냐의 문제이다.
예리한 시선은 재능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생의 해상도'를 높이는 것이다.
해상도 높은 인생은 남들과 같은 인생을 살지만 더 선명하게 경험하고 풍부하게 음미하는 삶이다.
3.일상은 여행이다.
여행을 가면 여행필터를 끼고 세상을 보게 되는것처럼 일생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광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길거리의 풍경도 사진을 찍고, 부실한 간판의 식당도 들어간다.
하루10분 혹은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그런 순간을 경험하면 삶이 풍성해진다.
세상에 모든것에 크리에이티브한 요소가 있다.
일상에서 찾은 사소한 순간이, 나의 내일을 견딜 힘이 된다.
4.겹이 쌓인다.
사소한 순간에서 여러가지 풍부한걸 음미하는 경험은 전에 보이지 않는게 보이면서 세상이 내게 더 많은걸 안겨준다.
즉 인생의 겹이 쌓인다. 나이가 들면서 '내 안에 쌓인 겹'을 더 많이 느낀다.
그렇다면 인생의 해상도를 높이는 지름길은 없을까?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사라진다.
돈으로 빨리 얻은 경험은 빨리 사라진다.
하지만 '내'가 개입 된 경험은 내 안에 오래 남아서 나를 행복하게 한다.
5. 기록, 강박적으로 하지말고 열심히 하지말기.
생각은 정말 빨리 날아간다. 아무리 잊히지 않을것 같은 순간도 언젠가는 다 잊혀진다.
뇌의 한구석에 넣어두면 평생 꺼내지도 못하고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을 기록하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른다.
실없는것도 다 적어야한다. 이게 다 카피로, 나의 문장으로, 창작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메모를 강박적으로 하지말라.
뭔가를 억지로 넣으려고 하면 그 행위자체가 싫어진다.
인풋은 쓴 약을 견디며 마시는게 아니다. 즐거울 때 넣어야 계속 할수 있다.
쫓기듯 얻은 정보와 자극은 나에게 쌓이지 않는다.
겹눈을 활용해서 세상의 움직임만 대충 파악한다.
겹눈은 잠자리 같은 곤충들이 가진 눈인데, 3만개정도 되는 낱눈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이 낱눈으로 모은 이미지를 조합해서 세상을 인식해라.
SNS가 낱눈이다.
지금은 이런게 유행이구나~ 하면서 대충 파악한다. 열심히가 아니다.
그러다 깊은 정보가 필요하면 묻거나 직접 체험한다.
절대로 강박적으로 모든걸 다 알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6. 벚꽃구간
1년이라는 시간을 빠르게 돌려 60초짜리 영상으로 만들면 2~3초 정도 환하게 밝아지는 구간이 있다.
그게 바로 벚꽃이 피는 봄날. 온통 세상이 분홍빛으로 물드는 순간이다.
인생에서도 그런 벚꽃구간을 만들어야한다.
인생은 고통이 기본값이다. 모든 순간이 행복할순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고통을 견디면서 살아야한다. 사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럴때 필요한게 벚꽃구간이다. 삶을 견딜수 있는 행복한 순간.
참좋다. 이런순간이 또 오겠지? 하는 순간이 늘고, 이걸 되뇔수 있어야 삶을 견딜수있다.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고, 그 어떤 순간도 영원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인생의 해상도를 높이는 일이, 우리의 짧은 삶을 즐기는 방법이다.
스티브잡스는 '죽음이 삶의 가장 큰 발명품'라고 말했다.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걸 깨달으면 순간순간을 허투루 살수 없다. 다시 돌아올수 없는순간이 너무 많다는걸 알게 되니까.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않겠구나. 그럼 그 모습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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