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어보기] 당근 AI 글쓰기 AI 상품 등록,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지난 5월 7일,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AI 글쓰기' 기능을 새롭게 도입했다.
상품명과 상품설명을 직접 입력해야했던 번거로움을 덜고, 상품 이미지 기반 판매글을 자동으로 작성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당근이 도입한 AI 글쓰기 기능에 대해서 알아보고, 사용자로써 화면 구성이나 UX를 직접 경험해보면서 왜 이렇게 만들었을지 기획의도를 역으로 고민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좋았던점과 아쉬웠던점, 마지막으로 개선해볼만한 점까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AI 글쓰기 기능이란?
AI 글쓰기 기능은 판매하려는 물품의 사진을 올리면,
AI가 이미지를 분석해 상품명, 카테고리, 상품설명까지 판매글을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기능이다.
이번 AI글쓰기 기능은 팔고 싶은 물건이 있지만, 글쓰기가 번거롭거나 판매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막막한 이용자들이 특히 유용하게 사용할수 있을 것 _ 당근 관계자
현재 상품 판매 글 작성 화면에 진입하게 되면, 상단에 <AI로 작성하기> 기능을 on/off 할 수 있는 토글이 나타난다.
이를 on 시킬 경우, AI 글쓰기 기능을 활성화하여 이용할수 있다.
상품사진 등록하면, 판매글 뚝딱!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은 플로우로 AI 상품등록 기능을 이용할수 있다.
판매할 상품의 이미지를 등록하면, 이미지를 통해 상품을 인식하고, 이렇게 자동으로 판매글을 작성해준다.
당근의 AI 자동 글쓰기 기능을 이용하면서, 몇가지 궁금한 부분이 있었다.
아래 내용은 단순히 나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며, 고민해보면서 조금더 AI 서비스의 기획의도를 생각해볼수 있었다.
1. 왜 굳이 AI의 '이미지 분석과정'을 보여줄까?
개인적으로 판매할 상품 이미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플로우가 인상적이였다.
첫번째로 이미지의 개수를 확인하고, 두번째로 어떤 물건인지 확인 중이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판매할 상품의 이미지를 업로드하고 바로 AI가 상품명을 제안해줘도 될것 같은데, 왜 굳이 분석하는 과정을 남겼을지 궁금했다.
내 생각으로 추측하자면 두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첫번째로 기술적인 이슈.
GPT로 '지브리 이미지 바꿔줘'를 사용해본 사람도 알다시피 이미지를 분석하고 처리하는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수행시간이 조금이라도 길어지거나 멈춰있는 화면이 지속되면, 나를 비롯해 성격이 급한 한국인들은 금세 답답함을 느끼고 이탈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상태를 나타내는 메세지를 넣음으로써 사용자의 불안과 답답함을 낮추는 효과를 줄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두번째로 신뢰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글을 작성하는 것이지만, 멀리보면 판매가 이루어짐으로써 이용자의 수익, 즉 money를 좌우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결국 AI가 대충 쓴게 아니라 성심성의껏 분석하고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꽤나 믿을만한 AI 서비스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AI가 글을 작성한다고 하더라도 백프로 판매자 마음에 드는 글이 아닐수도 있다.
결국 사용자가 다시 손을 봐야하며 판매글 초안을 작성하는것에 도움을 주는데 불과할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자를 위해 최대한 정성껏 글을 작성해주겠다는 의지가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느껴졌다.
2. 왜 굳이 상품명을 '사용자가 선택' 하게 했을까?
판매하고자 하는 이미지 분석이 완료가 되면, 판매글에 작성 될 상품명을 여러개 제안해준다.
첫번째 결과는 꽤나 디테일한 상품명인 반면 하위 우선순위로 나오는 결과는 좀더 넓고 포괄적인 범위의 상품명을 제안한다.
사실 AI가 그냥 자동으로 상품명을 바로 입력해줘도 될것 같은데,
왜 굳이 사용자가 상품명을 직접 선택하거나 다시 입력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기술적인 측면과 사용자적인 측면으로 두가지 이유가 있을것 같다고 생각했다.
첫번째로, 기술적 한계를 보완한 부분인 것이다. 성능이 좋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장치.
사실 이미지가 명확하지 않거나, 여러 상품이 함께 있을 경우 AI가 잘못 판단할수도 있다. AI도 틀릴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완전히 자동으로 입력하게 되면 오히려 혼선을 줄수 있기 때문에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서 복수의 상품명을 제안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정답은 없지 않나 싶다. 단지 카테고리 범주에 포함 되는 상품명이던 구체적인 모델명까지 언급된 상품명이던 모두 상품명이 될수 있다.
두번째로, 사람이 해야만 하는 디테일을 챙기기 위한 것이다.
사실 AI가 글을 전부 작성하는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용자도 존재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AI가 아무리 똑똑하다고 한들 결국 인간의 개입이 필요한 부분은 반드시 존재할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부분은 디테일의 영역이다. 이 부분을 사용자가 선택할수 있도록 하여 인간도 같이 참여하는 AI서비스를 만든것 같다.
물론 이번 당근의 AI 글쓰기 기능에서 디테일적인 부분에서 놀란 부분도 있다.
OCR 탐지 기능을 사용하는건지 이미지에 있는 글씨도 잘 찾고, 이건 모르겠지 싶은 배달로봇, 꽃의 종류까지 잘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가 제안 해주는 모든 결과가 항상 정답이 아닐수도 있고, 사용자의 마음에 쏙 드는 결과가 아닐수도 있다.
사용자에게 선택함으로써 'AI는 단지 보조수단일뿐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할순 없다' 라는 메세지까지 느껴지는 부분이였다.
마치 AI가 인간을 존중해주는 기분이 들었다랄까.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는걸 귀찮아해서 도입한 AI기능이지만, 백프로 AI에게 전부 글쓰는걸 맡기는건 용납하지 않고 싶다는 인간의 무의식을 건드린것 같다.
AI가 보편화가 되고 있는 시대에서 역으로 텍스트가 유행하는 것도 이런 흐름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점점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인간은 바보가 되고 싶진 않아한다.
결국 당근은 판매자들이 AI 글쓰기 기능을 사용하면서 자유롭게 선택할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어둠으로써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생각과 판단을 계속 할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AI의 도움을 받지만 그래도 '아 맞다 나 인간이였지!'이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해주었다.
참고로 아예 이미지에서 상품 인식을 하지 못했을때는 하단에 이렇게 alert이 나타났다.
3. 왜 굳이 '새상품' 에 대한 옵션을 주었을까?
상품명을 선택하는 화면하단에, [새 상품이에요] 라는 체크박스도 보인다.
아무래도 중고거래 특성상 >새상품< 이라는 키워드는 구매자의 신뢰와 가격 판단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 의미가 크다.
이 옵션을 선택하면 >새상품<이란 키워드가 상품명과 상품설명에 작성되는걸 의도한 장치인것 같다.
실제로 새상품 옵션을 선택하지 않았을때는 <편하게 신기 좋아요> 라는 보편적인 문구가 나타났다면
새상품 옵션을 선택했을때는 상품명과 상품설명에 <새상품> 단어가 같이 작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항상 적용되는게 아니였다. 이미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였다.
어떤 상품에서는 키워드가 적용되기도 했지만, 어떤 상품에서는 체크박스를 누르지 않았을때 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다.
4. 왜 굳이 이렇게 바꾸었을까?
추가적으로 오늘 5월 15일 기준으로, 하루만에 어제와 달라진 부분 두가지를 찾아냈다.
첫번째는 AI 작성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이 변경되었다.
어제는 AI 작성 시작하기 버튼을 누르게 되면, 어제는 왼쪽 이미지처럼 블랙박스 방식으로 글이 씌여지는 부분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오른쪽 이미지처럼 <열심히 쓰는 중..> 이란 문구가 나타나도록 변경되었다.
이 부분은 앞서 이미지 분석과정을 보여줬던것처럼 사용자의 이탈방지를 위해 개선된것 같다.
단지 블랙박스 식으로 어떤 진행 상황도 안보여주게 되면 사용자는 답답함을 느끼고 금세 이탈할수 있지만, '열심히 쓰고 있다'라는 문구라도 보여주면 사용자가 현재 진행상태를 알수 있어서 이탈 방지에 효과적일수도 있을것 같다. 이건 실제로 정말 이탈율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혹시 만약에 영향을 미친다면 어떤 심리적인 이유로 그런건지 좀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은 부분이다.
추가적으로 GPT처럼 실시간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걸 보여주도록 주룩룩 나타나도록 표현하는건 어떨까? 다만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작성하는 글이 너무 길면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AI가 작성해주는 상품 설명은 그정도 길이가 아니라서 괜찮지 않을까 싶다.
두번째는 가격 부분이 하단으로 내려갔다.
어제는 판매글 작성의 컴포넌트들이 제목-가격-설명 순으로 나타난 반면 오늘은 제목-설명-가격 순으로 보였다.
이번 기능을 통해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영역 순으로 보이고, AI가 도와주지 않는 가격 영역은 뒤로 밀어서 시각적으로 구분한 것이다.
이부분은 '가격 부분은 AI가 제안해주지 않는다'이라는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사실 어제 잠깐 AI 기능을 사용하면서, 가격 부분에도 블랙박스로 표시되다보니 가격도 AI가 제안해주는줄 알고 착각 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AI가 작성해준 결과를 확인해보면 가격 부분은 비어 있었다. 의심이 많은 나는 AI 작성 결과가 비정상적인 응답인건가? 싶어서 다시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번 사용해보면서 가격 부분은 AI가 제안해주는 부분이 아니라는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새로운 기능에 낯선 사용자에게 혼동을 막기 위해서 거래 탭은 하단으로 내린걸로 보인다. 아무래도 시선의 흐름에 따라 기능을 인식하기 때문에, AI가 제안해주는 상품명, 상품설명 부분만 먼저 보이도록 배치하니 한결 개선되었음을 느낄수 있었다.
곧 가격부분도 AI가 제안해주지 않을까 싶은데, 한편으론 가격을 AI가 제안해주는게 좋은 방법일지도 의문이 든다.
앞서 말했듯이 판매글을 작성하는 것은 판매가 결정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게 가격이기 때문이다. 너무 싸도 너무 비싸도 안된다. AI가 딱 가격을 짚어주는 것보다 차라리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시세 가격을 참고하는 수준이면 될것 같다.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 그리고 개선 해볼만한 점
좋았던 점은 사용자에게 '선택'과 '책임'을 부여한 상품명 제안 부분이다.
상품 이미지로부터 상품명을 제안할 때 구체적인 상품명부터 카테고리 범주까지 여러개의 결과를 제안하고, 심지어 직접 입력할수 있는 부분까지 남겨 놓아서 인간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느껴져서 굉장히 좋았다.
심지어 AI가 글쓰기를 완료하면 상단에 보여지는 문구마저도 인상적이였다. 자칫 인간에게 책임을 떠넘기는듯 보일수 있지만, 인간이 최소한 책임이라도 질수 있도록 역할을 부여해주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아쉬웠던 점은 반대로 사용자의 선택과 개입이 전혀 없었던 상품설명 제안 부분이다.
AI가 제안해준 상품명은 정확하고 디테일해서 마음에 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상품설명은 예상외로 너무 단순하거나 짧았다.
그래서 상품설명 결과를 새로 제안받고 싶어서 판매글 작성을 여러번 시도해봤다.
상품 이미지도 여러개 등록해보고 제안해주는 상품명을 달리 선택도 해봤다.
역시 이미지를 여러개 등록할수록 판매 상품을 잘 인식해서 그런지 AI가 제안해주는 상품명과 상품설명도 만족스러웠다.
그래도 상품 설명은 눈에 띄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었다.
물론 등록하는 상품 이미지에 따라 다를수도 있겠지만, 상품설명도 다채롭게 제안해주었으면 좋았을것 같다.
물론 또 한편으로는 선택하게 만드는게 사용자에게 피로감을 줄수도 있는 부분이 될수도 있겠다는 양면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아쉬움을 바탕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보았다.
AI가 상품 설명 글을 작성해줄때,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판매가 잘 되는 실용적인 스타일인지 따뜻함과 공감을 담은 감성적인지 스타일인지 또는 사실이나 특징만 나열한 객관적인 스타일인지를 사용자가 판매글의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마치 GPT의 맞춤 설정 처럼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판매글에 이모티콘이나 특수문자들이 판매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귀엽고 따뜻한 판매 글일 수는 있지만, 나처럼 냉정한..구매자는 감성적인 판매글을 보고 물건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모두 나와 같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개인의 경험이 담긴 감성적인 글이 사고 싶은 글일수도 있다.
AI가 제안해주는 상품설명 글에도 이렇게 개개인의 취향과 스타일을 존중할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 기준에서는 AI에게 원하는 판매글은 '오로지 잘 팔리는 글'이다. 누군가가 사고 싶어하길 바라는 매력적인 글이다. 나 또한 판매글을 쓰기 어려워하는 사용자 관점에선 상품을 설명해야하는 귀찮음도 있지만, 잘 팔리는 글을 쓰기는것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나같은 판매자에겐 지금 '새상품'키워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처럼, '잘 팔리는 문구'를 포함한 실용적인 스타일을 제안하면 어떨까 싶다.
실제 데이터상 판매율이 좋았던 상품들의 상품설명을 분석해보면 '미개봉' 이런처럼 몇가지 키워드를 뽑아낼수 있을것 같다.
반면에 감성적인 스타일엔 이모티콘이나 특수문자를 포함하고, 객관적인 스타일엔 상품의 특징을 포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의 AI 서비스 카나나에서도 이렇게 메이트의 프로필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지에 따라 스타일을 다르게 선택할수 있게 두었다.
스타일의 미묘한 차이를 어떻게 차별하느냐가 관건일듯 싶다. 그러면 결국엔 AI가 작성해준 글 덕분에 판매글을 쓰기가 더 쉬워졌고, 판매를 더 잘하게 됐다는 경험까지 할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당근의 AI 상품등록 AI 글쓰기 서비스는 AI가 완전히 자동으로 글을 작성해줌으로써 편리함을 제공해준다기 보다 판매자가 최소한의 선택에 참여함으로써 글을 쉽게 작성할수 있도록 AI도움을 제공해주는 형태였다. 이를 통해 앞으로 AI 서비스는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경험을 주기 위해서 사용자에게 어느정도의 선택지를 제공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선택의 범위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안되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을 잡느것이 중요할것이라 생각한다.
출처
당근, 중고거래 AI 글쓰기 기능 도입 | 당근 보도자료
사진만 올리면 제목부터 내용까지 알아서 척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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